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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by 콩넷맘 2024. 3. 31.

얼마 전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 시간에 관한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에 어떤 사람이 "그러니까 퇴근하고 와서 엄마 편하려고 돌봄 시간 늘려달라는 거네"라는 댓글을 달았더군요.
이해는 합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장애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과연 단순히 자기 편하자고 돌봄 시간을 늘려달라고 하는 걸까요? 아니요. 살려고 그러는 겁니다. 정말 죽을 것 같거든요. 일 하지 않고 아이만 돌봐도 힘든데 일까지 한다? 그럼 정말 내가 이러다 죽겠구나 싶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밀린 집안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데 아이까지 보면서 집안일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일반인들도 일하고 나서 퇴근하면 힘드니 집에 가서 쉬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 한잔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워킹맘들은 저녁에 일터에서 퇴근해도 집이라는 또 다른 직장에 출근하는 겁니다. 장애아이가 아니라도 워킹맘들은 정말 대단한 거죠.
그런데 장애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은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겁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거죠.



비장애아이들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학교든 다닙니다. 그리고 학원을 다닌다면 학원 차가 데리고 가고 데려다주지요.

하지만 장애아이들은 느리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여 본래 다녀야 할 나이가 되어도 교육기관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정 양육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언어, 인지, 물리, 작업, 감각통합, 미술, 놀이, 사회성 등 심리치료든 재활치료든 많은 치료를 받으러 병원이나 센터들을 다니는데 모두 엄마들이 데리고 다녀야 합니다. 그만큼 이동도 많고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요.
장애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잘 걷지도 못하고 자기 몸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들이 돌봐줘야 하니까요.

하루종일 아이들 치료받으러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 집에 오면 녹초가 됩니다.



보통 사람들은 애가 셋이라 하면 다들 힘들겠다고 놀라지요. 그런데 장애아이와 함께 사 남매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비장애 아이 세명을 키우는 것보다 장애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이 더 힘듭니다.
8살 아이 똥기저귀 갈아보면 갓난아기 똥기저귀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냄새도 잘  안 빠져서 비누칠을 두 번, 세 번씩 해야 하고요. 씻기는 것도 힘겹죠. 덩치는 큰데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데다 발버둥을 많이 쳐서 위험하기도 하고요.
밥 먹는 거, 옷 입히는 거, 이동하는 거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줘야 합니다.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자해행동도 해서 한번 화가 나면 바닥에 머리를 박습니다. 매우 위험하죠. 1~2시간씩 자해행동이 이어져서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집니다.

우리 아이가 이렇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장애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고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비단 저희 아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장애아이들이 이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른 부모님들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천국 가실 거예요.



지금 저희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빠도 매우 가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희 식구들은 아픈 아이에게 애정이 많고 그 중심으로 생활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 저희 식구이고, 아이들에게 애정이 많은 할머니와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없이 장애아이를 돌보는 상황은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합니다. 그러니 엄마는 장애아이를 두고 혼자 시간을 보내기가 힘듭니다.

그럼 엄마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요? 어렵죠.
일반인들도 자기 생활이 중요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즐기면서 살기를 원하는데, 보통 일반인보다 더 스트레스가 많은 장애아이 엄마들은 어떡할까요? 엄마들도 사람인데 스트레스도 풀고 자기 생활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많은 장애아이 엄마들이 이것을 포기하고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그 시간이 분명 행복하고 가슴 충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스트레스와 어려움은 있습니다.
장애아이를 둔 가정은 우울증 지수가 높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높습니다. 왜 하필 우리 애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어떡하지? 많은 걱정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심리적, 정신적으로도 힘든데 몸까지 힘드니 마음이 점점 죽어가나 봅니다.



엄마들도 숨은 쉬어야죠. 그래서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겁니다.
그 시간에 살아갈 에너지를 채워서 다시 힘을 내어 우리 아이들을 더 잘 키워낼 수 있게요.



이런 상황인데 돌봄 시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감사하게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격려와 관심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간혹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생각해서 상처 주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가슴 아픈 말로 안 그래도 힘든 엄마들에게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니까 불쌍히 여기고 동정을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를 가졌든 아니든 일단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이라면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은 가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